2년 전, 기자가 2006년 카타르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인 한창 인 일산의 ‘임윤수클럽’을 찾았을 때 유독 눈에 들어오는 선수가 있었다. 김경률 선수라던가 황득희 선수라던가 박춘우 선수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낯선 선수 한 명이 그 당시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제친 후 최종 4인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 선수의 이름은 허정한(경남당구연맹)이였다.

너무나 생소한 이름도 그랬지만 선해 보이는 인상에 비해 공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날카로운 눈빛이 가슴에 깊이 박혔다. 마지막 경기까지 국가대표의 향방을 알 수 없었던 그 대회에서 허정한 선수는 박춘우 선수에게 지며 아쉽게도 국가대표 문턱에서 주저앉았고 허공을 주시하며 한참동안 있던 그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허정한 선수는  그 후 각종 대회에서 꾸준한 실력을 보이면서 좋은 성적을 보이다가 슬럼프를 겪으면서 어느 새 조금씩 잊혀져갔다.  선수 누구나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슬럼프를 겪은 뒤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데 허정한 선수도 최근 다시 그의 실력을 찾아가고 있다고 하여 한창 연습중인 일산에 위치한 GnB 클럽을 찾았다.




▷기자: 허정한 선수 안녕하세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허정한 선수는 당구를 언제부터 치기 시작했나요?

▶허정한 선수: 고1 때인 것 같아요. 누구나 그렇듯 친구 따라 당구장엘 갔다가 공을 치기 시작했어요. 은근히 재밌더라구요.

▷기자: 그럼 선수연맹에는 언제 가입하셨나요?

▶허정한 선수: 2003년에 경남당구연맹으로 가입했어요. 그런데 가입 후 얼마 되지 않아 사정이 있어서 당구를 쉬게 되었어요. 3년 공백기가 있다가 2006년도에 인천에서 열린 ‘세계여행배 전국대회’를 계기로 다시 큐를 잡게 되었지요.

▷기자: 그 대회에서 좋은 성적 거뒀어요?

▶허정한 선수: 아니요. 하지만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스스로 만족할 만큼 쳤기에 후회는 없었어요.

▷기자: 아 그럼 그 대회가 끝난 후에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선발전에 참가한 거군요? 제가 그때 최종선발전 경기를 참관했었는데 막판에 아쉬움이 많았겠어요?

▶허정한 선수: 그렇죠. 마지막 경기가 끝날 때까지 김경률 선수 외에는 누가 국가대표로 선발될 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였거든요. 저는 마지막 경기를 박춘우 선수와 치렀는데, 그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제가 국가대표로 확정되는 순간이었는데...

▷기자: 그 당시를 회상하기는 싫으시겠지만, 그 때 국가대표 선발전이 어떤 방식이었나요?

▶허정한 선수: 국가대표였던 최재동·김경률·황득희 선수 등 3명과 ‘MBC슈퍼리그대회’ 1~3위였던 김경률·조수형·정성윤 선수, 그리고 1·2차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선발된 5명씩 10명 등 총 16명이 풀리그전을 펼쳤습니다. 여기서 뽑힌 8명이 다시 풀리그를 거쳐 4명을 선발하고, 이들 4명이 2차에 걸친 풀리그 경기를 해서 아시안게임 최종 국가대표를 2명 선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제가 운이 좋은 건지 최종 4명에 선발되었던 것입니다.

▷기자: 아쉬움이 많이 남았겠어요.

▶허정한 선수: 끝났을 때는 이상하리만치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제가 집중력이 모자라서 그런가보다 했죠. 무덤덤하고 하여간 그랬어요.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자 점점 나 자신에게 화가 나는 거예요. ‘그 때 좀 더 최선을 다했더라면’ 하는 생각에서 한동안은 헤어 나오기 힘들었죠.

▷기자: 그런 시기가 지나면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나리라 믿습니다. 참 지난 수원 월드컵대회 때는 성적이 어땠었죠?

▶허정한 선수: 월드컵이요? 남모르게 1년을 준비했었는데, 참 허무하게 2차 예선에서 떨어졌습니다. 나름대로 꽤 자신이 있었는데 뭐에 홀린 것 마냥 맥없이 주저앉았습니다. 집중력도 떨어졌고.. 아무래도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던 것 같아요. 교훈 삼아서 열심히 해서 올해 월드컵에서는 좋은 성적 낼 겁니다. 지켜봐주세요.

▷기자: 허정한 선수는 잠재력이 있으니까 분명 좋은 성적 내리라 믿습니다.

▶허정한 선수: 고맙습니다.

▷기자: 주로 자신 있는 공의 구질이 있다면 어느 거죠?

▶허정한 선수: 밀어치는 공이 자신 있고 바깥 돌려치기(일명 우라마와시)도 자신 있습니다.

▷기자: 하루에 연습시간은 얼마나 되죠?

▶허정한 선수: 평상시는 5~6시간 하는데 레슨 있는 날은 한 두 시간 밖에 개인연습을 못해요.



▷기자: 아, 레슨도 하시는군요?

▶허정한 선수: 네. 월․수․금반하고 화․목․토반으로 나누어서 레슨을 해요. 레슨 받는 분들도 다양하답니다. 변호사도 계시고 의사․공무원․학생 등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있어요. 다들 너무 열심히 해서 가르치는 저도 기분이 좋답니다. 그리고 아무리 강습생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들이 게임을 할 때 유심히 지켜보죠. 아무리 저보다 하수라고 하지만 경기를 보고 있음 공의 진로라든가 초식 등 나름대로 보고 배울 것이 있거든요. 경기할 때는 엎드려있기 때문에 공의 진로를 정확히 보기가 어렵거든요.

▷기자: 훌륭한 마인드를 가지고 계시네요. 그리고 이번에 후원사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는데,,

▶허정한 선수: 예. 롱고니 총판인 김치빌리아드에서 후원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고사를 했는데 아무 조건 없이 저의 잠재력을 믿고 후원을 해 주겠다는 것을 알고 받았습니다. 지금 쓰는 큐가 후원 받은 큐인데 ‘카시도코스타스’ 큐예요. 아직은 큐에 적응이 안 되서 잘은 모르겠지만 탄력이 좋아 제가 좋아하는 밀어치는 구질이 한결 편해졌어요.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죠.

▷기자 : 네. 올해 수많은 대회가 있을 텐데 허정한 선수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가 큽니다. 바쁜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허정한 선수: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많은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다시 연습을 시작하는 허정한 선수의 동글동글한 눈동자에 선한 인상이 매력적이다. 2008년이 허정한 선수에게 도약이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