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단상(主禮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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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당구동호회 회원으로부터 부탁을 하나 받았다. 그 친구는 쓰리쿠션 실력이 꽤나 좋은 회원이었다.

 

“변호사님! 저~~부탁하나있는데 들어주실래요?”

 

평소 자기 관리가 철두철미한 친구이기 때문에 어려운 부탁을 할 일이 없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 친구의 얼굴을 쳐다보니 주춤주춤 말을 꺼내는 폼이 영 어색했다.

 

“저~~사실은 제가 두 달 후 결혼을 하는데 변호사님이 주례를 해주시면 안 되겠어요?”하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아직 맘나이 28세를 고집하고 사는데(어떤 때는18세) 그 친구가 자신의 순수한 마음만큼이나 영 번지수를 잘못 찾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 한 번도 주례를 서 본적이 없고 그럴 나이도 아니고 그럴만한 경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해서 정중히 사양을 하였다.

 

“에잇! 무슨 주례를 ... 주례는 평소 때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 중 한분을 택해서 부탁하는 것이 좋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한가지라도 배울 점이 있는 분으로...!”

 

그러자 그 친구는 예상했던 답이 나왔다는 듯 그리고는 작심을 한 듯 “변호사님이 안서주시면 저는 그냥 예식장 전문주례를 할 수 밖에 없어요!”하는 것이었다.

 

그 친구의 사회활동경력이나 수준으로 봐서는 주위에 주례를 부탁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거의 반 협박수준이었다. 나는 고민 끝에 수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두 달 간 난 나름대로 멋진 주례사를 준비하느라 고심에 고심!! 예식을 며칠 남겨 놓고는 예행연습도 여러 차례를 하였다. 주례경험이 있으신 어르신들은 누구나 처음주례를 볼 때의 그 느낌을 잘 알리라..... 과정에서 안일인데 요즈음에는 주례도 점점 젊어져 가는 추세이고 주례사의 종류도 다양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종전의 평범한 방식을 원하는가 아니면 좀 튀는 내용을 원하는가? 나아가 어떤 경우에는 신랑신부가 앞으로 이렇게 살겠다는 내용의 꿈 많은 사랑약속을 써오면 주례사 중에 그 내용을 신랑신부에게 읽게 하고는 그것으로 주례사를 갈음하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나는 신랑에게 어떠한 것을 원하느냐고 물었고 그냥 전부 알아서 하라고 한다.

 

더욱더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예식 당일 나는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는 시간에 늦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아주 일찌감치 예식장에 도착을 하였다. 시간이 되어 주례석에 앉았다. 하객들이 모두 나만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아니! 웬 신랑보다도 젊은 사람이 주례석에 앉아있나?”

“주례가 너무 이쁘다!”

 

서로서로 귓속말을 하는 것이 전부 나를 두고 비웃는 듯 보였다. 사실은 신랑신부의 이야기나 오랜만에 만나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예식은 시작되었고 어느덧 성혼선언문 낭독에 이어 주례사를 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먼저 신랑 000군과 신부 000양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도록 낳으시고 길러주신 양가 어르신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중략)

 

두 분은 이런저런 인연 끝에 만났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아니합니다. 오늘의 이 만남은 이 지구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 태고적 저 먼 우주의 수많은 별들 중 조그마한 행성의 한 표면위에 있던 포개진 두개의 돌멩이에 이미 두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오늘의 결혼은 필연입니다. 다만 우리가 몰랐을 뿐입니다.(중략)

 

신랑신부는 이제 서로 마주보고 지금까지의 제 이야기대로 실천한다는 의미에서 상호존중의 눈 맞춤으로 눈도장을 찍겠습니다. 눈도장을 찍음으로 해서 태고의 우주법에 의하여 이제 그대로 이행하여야할 의무가 발생하였습니다.

 

박수로..........(중략) 감사합니다. 오늘 다하지 못한 이야기는 제가 친필로 작성해왔습니다. 이것을 신부에게 드리겠습니다.”

 

나는 항상 하던 대로 A4용지에 까만 플러스펜으로 깨알같이 쓴 신랑신부에게 주는 편지를 고급나무액자에 담아서 신부에게 주었다. 지금 이 부부는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그 이후 나는 여러 차례의 주례를 볼 기회가 있었고 더 이상 긴장을 하지 아니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신랑신부를 웃기는 여유도 가지면서 주례를 볼 수가 있었다.

 

아울러 제 주례사를 포함하여 많은 주례사와 테마별 좋은 글이 ‘미래, 사회, 봉사’의 약자인 “미사봉”사이트에 있습니다. 무료이니까 많이 활용하시길 바랍니다.(02-536-2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