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의 기쁨!

 

 

<그 전날 밤에는 거의 잠을 못 이루었다.>

마치 초등학교1학년생이 다음 날 소풍을 앞두고 잠을 완전히 설치듯이 꼭 그런 기분이었다.

보나마나 결과는 뻔한 시합을 앞두고 그래도 폼은 다 잡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시내 동호인들에게 참가자격이 주어지는 아마추어 국제식3쿠션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약 두 달 전에 비슷한 수준의 대회에 우리 동호회에서 10명이 경험삼아 참석을 하였지만 모두 1승을 하지 못하고 탈락을 하였던 대단한 수준의 대회였다.

 

이번에는 우리 동호회의 최고수와 나 단둘이만 참가하기로 하였다. 물론 경험삼아 참가하는 의미가 컸다. 총128명이 토너먼트로 시합을 하는데 1등 상금 200만원에 총상금이 700만원이니 서울시내 내로라는 스리쿠션의 고수들이 모인다고 보아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시합장에는 젊은 회원들이 많았는데 기량이 만만치가 않았다. 실력이 보잘 것 없는 내가 보기에는 모두들 이른바 “작대기”들 같이 보였다.

 

드디어 1차전! 나의 상대는 서울시내 아주 유명한 동호회 회장과 1차전을 치르기로 되어있었다. 아~~!어쩌면 처음부터 ....대진운도 없었다.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보잘 것 없는 실력이 어디를 가나?

 

15:8로 뒤지고 있었다. 응원 나온 동호회원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나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나에게는 이유 없는 죄책감이 엄습했다. 아카데미 한번 받아 보지 아니하고 변변한 개인큐도 없이 시스템도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대회참가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전념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의 주특기인 빈쿠션을 서슴없이 구사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원 뱅크샷! 특히 스리 뱅크샷... 이른바 ‘완전 가락’이 100%성공하고 있지 않은가?

 

아주 어려운 3뱅크샷을 성공시키고는 맹추격! 19:18점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항상 그러했듯이 그런 행운이 나에게는 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한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 이게 웬일? 마지막 연속2점을 쳐서 역전승을 했다.

 

너무 기뻤다. 아마 그 대회 우승자가 우승할 때보다도 그 기쁨은 더 컸을 것이다. 사실 외부대회 출전은 두 번째인데 첫1승이다. 마치 천하를 얻은 기분이었다.

 

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이어지는 2차전.....

아까 1차전때 살짝 보아두었던 선수가 나의 상대방이 되었다.

 

내 생각으로는 해볼 만한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다시 마음을 비우고 또박또박 쳐나갔다. 의외로 떨림이 없었고 마음은 오히려 평온했다. 나의 예상대로 이번에는 내가 7:0으로 리드를 하다가 9:1을 거쳐 17:6까지 리드를 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이변이 일어났다. 상대선수는 나의 화이팅에 스스로 무너진 듯 했다. 중간에 묘기당구를 치는 여유까지 보이다가 20:13으로 경기를 끝냈다. 32강의 본선진출!10만원상당의 상금까지 확보되었다.

 

내 경기를 관전하신 연맹선수 출신의 고수님(평소 때 잘 아는 분)이 내내 경기를 관전하시다가 하시는 말씀! “사실 상대선수가 변호사님보다는 한 수 위의 선수에요. 그런데 변호사님께서 워낙 파이팅이 좋으니까 당황하고 스스로 컨트롤이 안 되어서 무너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변호사님도 워낙 잘 치셨어요!”하는 것 아닌가?

 

아하! 고수의 눈에는 실력파악이 바로 되는 것을 잘 안다.

내가 한참위의 상대를 많은 차이로 이긴 것이 분명한 것이다.

아울러 그분이 하시는 말씀!

 

“어느 대회에서나 처음 시도하는 사람이 고수들이 우글거리는 그 웅덩이에서 1승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추어선수가 아주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선수연맹에 가입을 하고는 선수들과의 대회에서 1승을 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와..................!

바로 이거야!!

내가 평소 존경하는 당구 대선배가 그랬다.

당구시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라고!

 

다음날 난 잠을 푹 자고 본선에 임했다. 3차전에서 여지없이 패배!

나의 상대가 그날 우승을 하였다.

ㅎㅎ 그날 난 내가 대진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자부한다.ㅋㅋ.......(02-536-2700)

 

김경천 변호사.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