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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장사를 하셨던 터라 우리 가족은 이사를 자주 해야 했다. 이사하던 그날, 난 태어나 처음으로 예쁜 빛깔을 지닌 큰 구슬을 보았다. 너무 만져보고 싶었지만, 그곳엔 내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는 어른들의 엄포에, 감히 그 구슬을 만져 볼 용기는 없었다. 그래서 그 구슬이 나에겐 더욱 동경의 대상이 되었었는지 모르겠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구슬을 보았던 곳에서 매일 당구를 치던 사람이 지금은 선수가 되어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얼마나 신기하던지. 아마 그때부터 당구를 접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가끔씩 해보곤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교회 선배들과 처음으로 당구장이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남자들은 재미있다고 치는데 나와 다른 여자들은 구경만 해야 했다. 그러나 난 예쁜 빛깔의 구슬의 유혹을 못 이기고“나도 그거 하고 싶어”라고 말을 해버렸다. 남자들은 4구보단 포켓볼이 더 쉽다며 가르쳐 주었고, 의외로 잘 따라 하던 나를 보며 소질이 있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난 그것이 재능인줄 알았다. 웬만한 남자들에게도 포켓볼은 지지 않았고, 오히려 남자들이 치기 싫다며 피해 다니곤 했다.
같이 공을 칠 사람이 없어 고민하던 끝에 찾아간 곳이 동호회였는데, 난 어디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었다. 내가 정말 잘 치는 줄로만 알았는데, 자세도, 기본도, 가장 기본적인 공에 대한 지식도 나에게는 없었다. 자세부터,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했다. 테이블에 엎드려 매일 2,000개정도 스트록 연습을 해야 했다. 물론 힘들고 포기하고도 싶었지만 정말 잘 치고 싶은 마음에 이를 악물고 했다. 그런데 포켓동호회 모임이 있던 날, 한쪽에서 남자들이 3쿠션을 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너무 재미있어 보였고, 직사각형의 테이블위에 작은 공3개는 그야말로 신기하기만 했다. “아! 그래, 3쿠션을 배워보자”라고 마음먹은 나는 배울 수 있을 만한 동호회를 찾아다녔고, 좋은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었다.
‘쓸쿠’잊을 수가 없는 이름이다.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게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 가르침도 주었던 동호회다. 거리상의 문제로 나갈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감사한 마음을 늘 잊지 않고 있다. ‘쓸쿠’가 나에게 있어 초석이라 한다면 '3cushion billiards'는 나에게 있어 새로운 경험과 자신감을 심어준 곳이다. 지금은 동호회 모임에 나가 사람들과 함께 공을 치는 시간이 나에게는 기다려지는 시간이고, 너무 소중한 시간이다. 모임 장소에 국제식테이블이 있어 국내식테이블에서 공을 칠 때와는 다른 기분을 느꼈고, 지금은 그 매력에 빠져버렸다.
지금은 내 일상을 돌아보면 평일은 일산에 위치한 k-1 클럽에서 대대를 치고, 주말엔 서울로 가 '3cushion billiards' 회원들과 함께 공을 치는 것 외에는 생각을 잘 못한다. 또 실력은 부족하지만 시합의 긴장감이 좋아, 공인구로 하는 시합은 모두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은 내지 못하고 있지만, 시합자체가 스릴 있어 좋다. 더 나이가 먹고 결혼을 한다 해도 3쿠션만큼은 손에서 놓지 못할 듯싶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쿠션을 가르쳐주며,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더없이 행복하다.
마지막으로 정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당구에 대한 의식들이 점차 스포츠라고 인식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것 이다. “여자가 무슨 당구야!”라는 식의 표현이나, “당구장은 위험한 곳이야!”라는 식의 표현들이 사라졌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당구 동호인들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우리들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점점 많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도 많이 취약한 여성 당구 동호인들이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역시 당구를 정말로 사랑하는 동호인으로서, 또한 여성동호인의 한사람으로서 열심히 노력하며, 당구를 치며, 살아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