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진화
포켓볼 게임의 진화는 스트레이트 풀(포틴 원)-8볼-로테이션-9볼-10볼의 순서로 대략 정리된다. 포켓당구대와 공으로 구현 할 수 있는 게임의 종류는 어림잡아 50여 가지가 넘지만 그 중 역사적으로 주류를 이룬 것들로만 나열했을 때 이야기다. 이는 영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1961년 작품인, 최근에 세상을 떠난 고 폴 뉴먼 주연의 ‘허슬러’에서는 스트레이트 풀이 주로 등장한다.
이는 60년대 미국의 당구 트렌드가 우리의 애니콜 게임과 비슷한 스트레이트 풀이었음을 알려준다. 이후 스트레이트 풀의 단조로움을 견디지 못한 선수들은 8볼과 로테이션을 만들어 낸다. 8볼은 지금도 일선 당구장에서 동호인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이 되었고,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로테이션은 15개의 공은 순서대로 넣고 볼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게임인데 이 로테이션에서 9개의 공만을 취하여 9볼이 탄생하게 되었고 로테이션 게임은 쇠퇴하였다.
이후 약 30년 동안은 9볼이 포켓볼 계를 완전히 장악하게 되었다. 1987년 폴 뉴먼과 탐 크루즈 주연의 ‘컬러 오브 머니’라는 영화를 보면 9볼이 당시의 주종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약 30년 이상을 최고의 게임이라고 여겨져 왔던 9볼...... 필자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9볼을 가장 완성도 있는 게임이라 공언하였지만, 이제 남자 프로 선수들이 경기에서 9볼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엄습하고 있어 이를 언급 하려 한다.
9볼이 사라질 수도 있는 이유는 이러하다. 당구의 역사가 거듭되면서 선수들의 기량이 날로 향상되고 양질의 장비가 개발되면서 9볼 마저 탑 플레이어들에게는 쉽고 단조로운 경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대만의 샤웨이카 선수는 11선승 경기에서 11번 연속 브레이크&런 아웃을 하여 승자 브레이크 방식이 아닌 교대 브레이크 방식을 도입하게 만들었다. 또한 9볼의 다이아몬드 형태의 렉은 브레이크 시 좌우 모서리 공이 코너 포켓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이는 소프트 브레이크를 유발한다는 문제도 생겼다.
그러다 보니 난구가 발생하지 않고 다소 편안하게 끝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이유로 선수들은 9볼에 10번 공을 추가한 10볼을 만들어 약 4-5년 전부터 개별적으로 플레이를 해오던 중, 이윽고 작년에는 세계선수권 대회 남자부에서 9볼 대회는 치르지 않았고 10볼 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초대 10볼 세계 챔피언에는 독일의 대런 애플튼 선수가 등극하였다.
인간의 능력은 정말 한계를 알 수가 없는 듯하다. 적당한 스토리가 있고, 얼마만큼의 난이도를 제공하며, 적절한 운이 가미된 완전한 게임이라 여겨졌던 9볼이 이제 너무 쉬운 게임이 되어 쓸쓸하게 퇴장할 날 만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10볼 게임이 가장 완전한 게임이라고 생각이 든다. 물론 남자 프로 선수들에게 말이다. 여자선수들이나 아마추어의 경우 여전히 9볼이 가장 완전한 게임이라고 생각된다.
포켓볼이란 참으로 오묘한 스포츠이다. 게임의 형태가 진화하는, 그리고 그 진화의 속도와 정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다른 어떤 스포츠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놀라운 형태임이 틀림없다. 현재 대세는 10볼이다.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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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말에 필리핀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 우리나라 선수 십 여 명이 대거 참가하는데 이 대회 역시 10볼 대회이고, 앞으로 예정된 각종 선수권 대회들 역시 9볼보다는 10볼 경기가 더 많다. 선수들의 기량 성장만큼 이나 진화하는 경기방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약 30년 후에는 또 어떤 게임이 등장하여 10볼을 밀어낼지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